[광저우 AG] 전자호구 변수는 이미 예견됐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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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선수, WTF 공인제품도 아닌 KP&P에만 적응
광저우 아시안 게임 태권도 경기 장면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태권도대회 첫날경기를 마치고 한국은 울고, 이란은 웃었다. 명색이 태권도 종주국인데 금메달 하나 없이 은메달만 하나 겨우 건졌다. 오래 전부터 한국을 바짝 뒤쫓는 이란은 한국선수를 모두 누르고 금메달 2개를 챙겼다.
양 국가 대표팀 분위기가 상반되게 엇갈린 이유는 다름 아닌 ‘전자호구’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사용되는 라저스트(LaJUST) 전자호구에 적응하지 못했고, 이란은 4년 전부터 집중 연습해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상태였다. 주최국 중국도 역시 이번 전자호구에 철저히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날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대표팀은 침울한 분위기로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전자호구 부적응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대회를 2개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전자호구 제품을 결정한 것에 대한 강한 불만도 제기했다.
대표팀은 2008년 이후 전자호구가 도입된 대회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8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남녀 선수단 모두 종합 3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9 WTF 월드컵단체선수권대회에서 남자부는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올해 열린 월드컵대회에서도 남자부는 3위로 성적이 저조했다.
전자호구 변수는 대회 출전 전부터 이미 예견되었다. 대표팀 자체적으로 이번 대회 성패는 ‘전자호구’에 달렸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따라서 대회 준비기간 동안 선수들은 기량을 점검하기 보다는 ‘전자호구 적응’에 집중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택된 라저스트 전자호구에는 그야말로 적응이 전혀 안 된 무방비 상태였다.
한국 선수들에게 가장 익숙한 전자호구는 한국의 ‘KP&P’ 반자동 전자호구 제품이다. 충격에 따라 점수가 인정되는 방식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은 국가대표선발전과 주요대회에 줄곧 이 제품을 사용해왔다. 문제는 이 제품이 세계태권도연맹(WTF) 공인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WTF 공인제품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사용되고 있는 라저스트와 대도의 제품 2가지뿐이다.
그런데도 대표팀을 관리하는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 KTA)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에서 마저도 WTF 공인제품이 아닌 KP&P 전자호구를 사용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KTA가 국제적인 추세에 따르지 않고 고집을 부린 결과라는 비난은 면치 못하게 됐다.
더욱이 앞으로 2년 후에 열릴 2012 런던 올림픽에서도 전자호구가 사용된다. 라저스트 또는 대도 제품 중에 하나가 선택된다. KP&P 제품은 WTF 공인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선택사항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더 이상 국제대회 성적 부진의 이유로 “전자호구 부적응 때문”이라는 변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대세를 따르는 것이 현명한 자세일 것으로 보인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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