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통합브랜드, 협조 안 되면 ‘말짱 도루묵’

공청회 의견, 디자인 문제보다 단체 간 협력이 우선

태권도 브랜드 기본디자인 공정회가 열리고 있다.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태권도의 새로운 비전과 발전 방향을 담고 야심차게 진행되고 있는 ‘태권도 브랜드 개발’ 사업이 단체 간 협의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훌륭한 브랜드가 개발되더라도 이를 활용하고 보급할 주요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개발의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권도브랜드개발추진협의회(회장 이봉)는 16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태권도 브랜드개발 중간보고회 및 공청회'를 열고 태권도를 대표하는 브랜드 개발에 대한 기본방향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열었다. 태권도 4대 기관 실무자를 비롯해 태권도계, 학계, 전문가 등 패널 8명과 관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브랜드 개발은 태권도를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 브랜드로서 저변확대를 위한 발전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아이덴티티 확립’과 ‘이미지 표준화’를 통해 일관적이고 강력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체제를 확립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하여 디자인 전문회사 CDR(대표이사 김성천)이 태권도 통합 ‘심벌마크’에 대한 개발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날 그동안 개발한 6가지 기본 시안이 공개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어떤 디자인이 좋냐를 따지기보다는 브랜드 통합을 위해 선행해야 할 사항에 대한 지적과 요구가 주를 이뤘다. 태권도단체 대표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 관객들은 하나같이 ‘단체 간의 의견 수렴과 협의가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나타냈다. 심지어 태권도 단체 대표자로 참석한 실무자들마저 사업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했다.
WTF 김환표 사무차장은 “예상되는 문제점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경기단체의 중심인 WTF의 경우 대회마다 대회를 주최하고 주관하는 단체와 국가, 지역 등 다양한 심벌이 노출돼야 한다. 그 곳에 통합 심벌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국기원 이종갑 홍보과장은 “과연 태권도를 이끌어 가는 단체와 관계자들의 의견들이 다양하게 수렴되었는지 의문이다”면서 “브랜드가 개발되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이 보편타당하게 이해와 수용할 수 있게 개발되어야 할 것 이다”고 말했다.
학계 대표로 참석한 용인대 김중헌 교수는 “각 기관들의 사전 협의가 부족한 것 같다. 개발용역을 살펴보니 마케팅의 기본인 소비자들의 의견 또한 수렴되지 않았다. 태권도계 입장만 반영되다보면, 보편타당한 심벌이 개발 될지 의문이다. 또한 유사 디자인 의장 및 상표등록 등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문화 콘텐츠로서 가치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디자인분야 전문가로 참석한 백종원 교수(계원예술대학)는 “태권도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으로서 감히 한마디 한다면 단체들 간의 의견을 조정하기 불가능함으로 태권도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뭐냐를 먼저 고민한 후에 개발해야 한다. 굳이 새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기존에 있는 심벌 중에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6가지 태권도 통합 브랜드 기본 시안
패널 이외 관객들도 공청회에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문화 관광브랜드 코리아스파클링(Korea Sparkling) 개발 실무를 맡은 바 있는 한국관광공사 엄경섭 고문은 “브랜드는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속적으로 다듬고 만들어가야 한다”며 “브랜드 결정과정에서 태권도 단체뿐만 아니라 해외 등에서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전문가와 관객들은 앞으로 태권도 브랜드를 주도적으로 사용하고 홍보해야 할 단체들이 사전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태권도 이외의 수요층인 일반인과 세계 각국에 대한 수요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도 의문점으로 제기됐다.
실제 이번 브랜드 개발과 관련해 단체 간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세계태권도연맹과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 태권도 주요 4개 단체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수차례 만나 개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함께했다. 하지만 단체 간의 이해관계가 확실하게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이 진행된 것이다.
태권도 상징을 개발하는 통합브랜드는 앞으로 종주국을 중심으로 태권도의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존재감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전 세계 태권도의 대표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주요 단체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해 보인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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