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씨 하교체질에 익숙해져 있는 태권도계

"성은(聖恩)이 망극하옵니다"
"하교(下敎)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나라 왕조시대의 역사를 다룬 텔레비전 사극(史劇)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대사들이다. 용상(龍床)에 앉은 임금 앞에 일제히 머리를 숙이고 합창하듯 외치는 신하들의 이 대사는 절대권력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다르더라도 이같은 하교체질(下敎體質)은 우리나라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태권도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1년 대한태권도협회 제7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30여 년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운용씨 앞에 태권도인들은 머리를 조아리고 하교를 기다리는데 익숙해져 있다.
제도권의 자리라도 하나 마련해 주면 김운용 어쩌구 어쩌구 하던… 비난도 사라지고 그야말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다. 한마디로 오랫동안 김 총재에게 길들여진 태권도계는 그의 앞에만 서면 병든 닭처럼 비실거린다. 그의 앞에서 당당하게 직언과 고언을 하는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될 지 의아스럽다.
물론 김 총재는 태권도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세계화를 이룩한 장본인이다. 또 태권도가 세계 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태권도인들은 김 총재를 존경하고 따른다.
다만 문제삼고 싶은 것은 김 총재에게 너무 의지하는 태권도계, 더 솔직히 말해 태권도 지도층들의 복지부동이다. 누구보다도 김 총재의 의중(意中)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은 참모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태권도 발전을 위한 그 어떤 대안도 조리있게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시도협회 실무자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김운용씨 말 한마디에 따라 자리가 생기고 자리가 없어진다. 그와의 인연으로 국기원과 세계연맹에서 녹(祿)을 먹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구조조정이 돼야 할 사람들이다. 이 얼마나 씁쓸한 풍경인가.
그야말로 태권도계의 굵직굵직한 현안은 그의 하교(下敎)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철저하게 그에게 의지하고 의존하는 태권도계가 된 것이다.
지도자 한 사람의 인위적인 생각에 의해 태권도계가 움직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태권도 발전과 거리가 있다. 지금은 절대권력이 필요한 왕조시대가 아니다. 선진적인 민주주의는 다수자들의 자발적인 난상토론이 필요하고 대의정치로 이끌어 가는 건강한 조직력이 생명이다.
그러나 태권도계에선 건강하고 생산적인 조직력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김 총재의 무거운 어깨를 태권도인들이 덜어 줘야 한다. 언제까지 그의 보호막 속에서 그의 하교만 기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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