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씨름판의 황태자 이태현의 포효

개인통산 백두장사 20회 우승, 이만기 전 장사의 19회 기록 갈아치워
돌아온 모래판 황태자 이태현이 씨름판 재기에 완전히 성공했다.
이태현(구미시청, 34)은 23일 경북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0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에 올랐다. 개인통산 20회. 씨름천재 이만기 전 천하장사(KBS 해설위원)의 19회 우승기록을 갈아치우고 대기록을 달성했다.
결승전에서는 화려한 기술씨름을 펼치는 현대삼호중공업 이슬기(23)를 만났지만 3-0 관록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준결승에서 서수일을 2-0으로 이겼다. 가장 긴장된 경기는 8강전이었다. 2008년 천하장사를 지낸 윤정수(현대삼호)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벌였다. 두 번째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이나, 계체 결과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이태현이 이겨 2-0으로 승리했다.
생에 가장 가슴 벅찬 대기록을 달성하고 오를 꽃가마를 본인이 아닌 현 소속팀 구미시청 김종화 감독에게 양보했다. 그 이유는 김 감독이 이태현에게 구미초등학교 시절 씨름을 처음 알려준 스승이자, 격투기계에서 방황하던 시설 복귀하도록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태현은 이번 대회에서 20승 대기록 달성과 동시에 제2의 전성기임을 확인했다. 올해 열린 네 번의 대회 중 청양장사대회를 제외한 ‘설날장사-문경장사-추석장사’ 등 3개 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올랐다. 2006년 종합격투기 진출 이전까지 천하장사 3회, 지역장사 12회, 백두장사 18회 등 630전 472승의 전력을 갖췄었다.
한 때 씨름판을 떠나 종합격투기로 전향했던 이태현은 주위의 기대와 예상과 달리 완전히 실패했다. 정상에서 밑바닥으로 순식간에 곤두박질 쳤다. 씨름계에서 조차 명예를 떨어뜨렸다며 달갑지 않게 생각했다. 특히 씨름판의 황태자였던 그가 사각의 링에서 눈두덩이에 시퍼런 멍과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을 때는 그를 아끼던 팬들도 탄식했다.
가진 명예를 다 잃어버린 이태현은 2009년 1월 염치불구하고 씨름판에 복귀했다. 하지만 나가는 대회마다 예선에서 새까만 후배들에게 잇달아 패했다.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갔다. 모든 것을 비우고 복귀해서 가능했으리라 본다. 역시 죽을 각오 훈련했다. 당시 이 과정을 한 TV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하기도 했다. 결과는 대성공. 돌아온 씨름판의 황태자로 완전히 재기에 성공했다. 차갑게 바라보던 팬들도 이제는 따뜻한 눈빛과 박수로 그를 격려하고 있다.
씨름판과 격투기판을 오가며 ‘산전수전’을 겪은 이태현이 앞으로 씨름판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유준협 기자 = gom@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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