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정신 연구·검토 필요하다

"화랑은 무사(武士)가 아니라 미남(美男)이었다. 세속오계란 화랑과 무관한 서민 청년들의 생활규범이었다"라고 주장한 신복룡 건국대 교수(정치외교사 전공)의 학설이 태권도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신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 역사에서 청년 문화의 극치로 칭송되던 화랑은 역사왜곡에 지나지 않는다"며 기존의 학설을 뒤집었다.
신 교수의 이같은 학설은 역사학계 뿐만 아니라 태권도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권도의 역사 기술에서 화랑정신=태권도정신이라는 등식이 일반화된데다가 일선 도장에서는 신라시대의 화랑이 태권도의 원조(元祖)라고까지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용호, 문대원 사범 등 대다수 한인사범들은 태권도의 정신문화(도덕과 윤리)를 이야기할 때 화랑을 빼놓지 않고 있다.
태권도 행정기관도 화랑정신=태권도정신을 묵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기원이 발행한 「국기원 25년사」를 보면 "화랑도들이 실천한 세속오계의 정신을 오늘의 태권도인들도 철학적 정신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하다"라고 되어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태권도 역사와 정신을 논할 때 화랑이 연관되는 것은 70년대 중반 체육사 연구과정에서 잉태됐다는 게 중론이다. 당시 나현성, 정찬모 교수 등에 의해 태권도사의 골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국 무예사와 태권도를 연결해 해석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권도 역사기술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태권도 역사와 기원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의 역사기술이 견강부회(牽强附會·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조리에 닿도록 함)에 치중하지 않았느냐는 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이종우 국기원 부원장은 한때 민족적 자긍심과 전통성 확보를 위해 태권도와 화랑의 연관성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화랑정신이 태권도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양진방 교수(용인대 태권도학과)도 이 부원장과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양 교수는 "그동안 연구된 수많은 화랑 연구를 태권도계가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한 뒤 "화랑정신이 태권도정신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화랑정신이 태권도정신이라고 무조건 갖다 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화랑정신를 새롭게 검토, 연구해서 태권도로 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랑과 태권도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오노균 교수(충청대학 스포츠외교과)는 화랑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보는 시각에 따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평가가 분분하듯이 화랑도 마찬가지"라며 "화랑의 잘못된 점보다는 좋은 점을 태권도와 연계해 교육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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