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 태권 원정대-15] 취재하기 어렵다, 어려워!
15일차 리얼스토리
예상은 했습니다. 그렇게 쉽지 않은 출장일 것이라고요. 미국 뉴욕에서 고대하던 권재화 원로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너무 어려운 섭외였습니다. 대뉴욕지구태권도협회의 허흥택 회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취재였습니다.
그렇게해서 만나러 간 뉴욕 맨하탄의 중심가, 인근의 코리언타운의 고려당이라는 커피숍으로 권재화 원로를 만나러 갔습니다. 약속 시간은 오후 3시였습니다. 약 10분 전에 고려당에 도착했죠.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오른쪽 끝자리에 건장한 체구에 야구 모자를 쓴 한 노신사가 저희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180cm 정도 되는 건장한 체구의 그는 저음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반갑습니다”라며 저희의 손을 꽉 쥐면서 악수했습니다. 몇 분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강한 남자, 무도인이라는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권재화 원로와의 만남은 시작되었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권재화 원로는 저희에게 맛있는 커피를 시켜주셨습니다. 10여분 저희와 인사를 나눈 뒤, 커피숍의 음악소리를 줄이고 비디오 카메라를 꺼내려는 순간,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권 사범님께서 “뭘, 찍을 필요 있느냐. 그러지마라. 됐다. 집어넣어라. 태권도 그리고 권재화가 살아온 삶에 대해 말할 테니, 이것만 듣고 가면 될 것이다. 뭘 찍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손사래쳤습니다. 참, 난감했죠. 정말 뵙고 싶었던 태권도계의 원로였고, 드디어 이분의 인생 역정을 실제 마주하고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레임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후학들에게 당신의 태권도사를 알려주기 위해 촬영은 필요하다는 허 회장과 취재진의 설득이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아니다. 나 같은 것을 뭐하려고, 그럴 자격이 되겠나? 괜찮다. 집어넣어라”고 말하면서 애써 자신을 낮추기만 하셨습니다. 하늘이 노래졌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저희 취재진도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 제 맞은편에는 권재화 원로가 저를 기준으로 그의 왼쪽에는 허인욱 전문위원이 제 왼편에는 이기원 사진작가가, 그 옆은 박정민 PD, 허흥택 회장 순의 좌석배치였습니다. 우선 시간을 보니, 오후 3시 40분경이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저녁식사 시간인지라 음악소리를 줄여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저희 팀원들의 생각은 단 하나였습니다. “5분이라도 영상으로 또 한 컷이라도 사진으로 권재화를 담아내야한다.” 저는 이 작가에게 말했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찍어요.” 이 작가도 사명감에 앉은 자세로 나오지도 않는 사진을 연신 찍어댔습니다. 좋은 한 컷을 담기 위한 사진작가로서의 마지막 욕심이었지만, 디지털 사진기의 화면 속 권재화 사범은 어둡고 침침하기만 했습니다. 이어 박 PD가 비디오 카메라를 들었다 놨다, 반복했지만 그때마다 권 사범은 우선 자신의 얘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사코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습니다.
취재진(무카스)과 취재 대상간(권재화 원로)의 치열한 신경전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박 PD는 권 사범님의 목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고 저에게 귀뜸했습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무선 마이크를 부착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마이크만 사범님 자켓에 꽂을 수 있다면 취재는 성공이다.” 저의 시선은 온통 권 사범님 자켓의 카라 부분으로 쏠렸습니다. 이윽고 기회가 왔습니다. 공통된 주제를 발견한 것이죠. 왜, 그것이 취재의 기본 아닙니까, 상대와 나의 ‘공통분모’를 찾으라는 원칙을 지킨것이죠. 권 사범님의 핵심은 ‘건강하게 태권도 하자’였습니다. 저는 아주 자연스럽게 “사범님의 건강 태권도 철학을 후배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러기 위해 사범님의 목소리를 조금 더 정확히 담아낼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간지러운 말을 던지며, 그의 카라에 마이크를 "쏙" 꽂았습니다. “성공.”
하지만 하늘은 저희에게 또 한번의 시련을 주었습니다. 때마침 이효리의 ‘치티 치티 뱅뱅’이 우렁차게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더이상 취재를 불허하겠다는 커피숍측의 만행이었죠. 박 PD가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아까부터 의자에서 ‘증명사진’만 찍고 있어야했던 이 작가는 그래도 양 손이라도 혹시 올리는 액션을 취하지 않을까, 연신 플래쉬를 터뜨렸죠. 허인욱 전문위원은 혹시나 이대로 인터뷰가 끝나는 건 아닌가, 아까운 나머지 녹취라도 해야겠다며 녹음기를 켰습니다. 저는 뭘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시죠. 허 위원이 가져온 작은 디지털 카메라로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눈앞에 당시 상황이 펼쳐지십니까.
그렇게 암울한 상황은 15분여 흘렀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저희의 열정에 하늘이 선물을 하나 내려주었습니다. 권 사범님께서 조용한 장소로의 이동을 허락해 주신 겁니다. 제가 모든 걸 체념하고 던진 “지금 이곳에서는 도저희 인터뷰를 할 수 없습니다. 사범님과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습니다”라는 말에 권 사범님께서 “그래, 가자고,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배고프지 않은가?”라고 답을 해주신 겁니다. 이때다 싶었는지 이 작가가 “사범님과 뉴욕을 동시에 담고 싶습니다. 밖에서 잠시만 촬영을 하시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PD도 “저도 뉴욕 한 복판에서 사범님을 생동감 있게 담고 싶습니다”라고 거들었습니다. 생생한 뉴욕에서의 권재화 사범을 대상으로 한 리얼취재가 시작된 것입니다.
원정대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앞 벤치에서 사진을 찍고 영상 촬영까지 마쳤습니다. 어찌나 걸음이 빠르시던지 취재진이 몇 번이고 때론 뛰고, 종종걸음 하기를 반복하며 뒤쫓아야했습니다. 이후 권 사범님과 저희 취재진은 ‘원조’라는 한인타운의 유명한 음식집에서 허인욱 전문위원의 진행하에 완벽한 영상인터뷰를 해낼 수 있었습니다. 대성공이었죠.
지금 저희는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신재균 사범을 만나러 뉴욕 JFK 공항을 떠났습니다. 한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아참 그리고 아직 업로드 하짐 못한 뉴욕에서의 원정대 일기는 아주 특별하게 진행될 계획입니다. 허흥택 회장이 직접 원정대와의 5일간의 생활을 리얼하게 요약해 독자들에게 전할 예정이거든요. 그럼 무카스 태권 원정대를 향한 열렬한 성원을 기원하며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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