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무카스 태권 원정대-13] 민박집 ‘미저리 아줌마’

13일차 리얼스토리


일요일 저녁 고대하던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원정대 모두는 한껏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우리를 기다린다!” 취재는 뒷전이었고, 머리속은 벌써부터 뉴욕의 도심을 걷고 있었습니다. 하여튼 우여곡절 무카스 태권 원정대가 뉴욕 땅에 입성했습니다.

뉴욕에 진입해 플렉싱이라는 한인촌에 도착했습니다. 뉴욕태권도협회 허흥택 회장의 가슴 벅찬 환영을 받으며, 민박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름은 '평강민박'이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종교적 색채가 묻어나죠. 아침이면 주인 아주머니께서 "예수 사탄을 이겼네, 할렐루야"를 부르며 저희를 깨워주었죠(웃음).

원정대는 행복했습니다. 냉장고 안은 김치 백화점을 방불케했습니다. 오이, 배추, 열무김치 등으로 꽉 채워져 있었습니다. 라면과 계란도 풍부했구요. 집도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마치 한국의 내 방에 들어온 기분이라고 할까요? 게다가 민박집 근처에는 한인촌답게 한국 식당이 즐비했습니다. 모든 상점의 간판들이 죄다 한국말로 되어 있었죠. 어찌나 반갑던지요.

원정대의 본부 숙소에 대한 설명은 일단락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층은 허인욱 전문위원과 제가 한 침대에서 같이 자기로 했습니다. 2층은 박정민 PD와 이기원 사진작가가 조를 이뤘구요. 모든 것이 원만했습니다.

한참을 짐 정리에 몰두하고 있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저희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었죠. 뒤를 돌아보니, 1층 방 앞에 위치한 식탁 의자에 한 40대 중반의 여성이 저희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편의상 그녀를 '김여사'로 지칭하겠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김여사는 왼쪽 발을 의자에 올려놓은채 다소 불량한 자세로 저희를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면 노트북의 자판을 열나게 두드려댔습니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했죠.

더 이상 눈이 마주치기 싫어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필시 김여사는 유명한 작가일 것이다, 때문에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리를 펼치면서 저와 허인욱 전문위원과 저는 짐 정리를 마쳤습니다.

김여사의 이상한 행동은 이때부터 또 시작됐습니다. 샤워를 마친 허 위원이 방 안으로 돌아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줌마가 자기 사진 찍지 말래.” 황당했습니다. 김여사는 저희를 여성들을 몰래 도둑촬영이나 하는 변태로 취급했던 것입니다. 볼 때마다 왼쪽 발을 의자에 의지하며 앉는 웅크린 자세의 김여사, 모습이 대충 그려지시나요? 그 자세를 김여사는 무척이나 섹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정말 보고싶지 않은 장면이었는데 말이죠. 문만 열면 김여사는 안경을 반쯤 코에다 걸친 채로 저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인사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리더군요. 문을 열어보니 김여사였습니다. 다짜고짜 “밖에서 보니까, 미국에서 핸드폰을 사신 것 같은데 핸드폰 좀 빌릴게요. 제가 한국에 전화 좀 해야해서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멘트는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김여사의 말을 받아 적은 것입니다. 순간 움찔했죠. “분명 김여사는 우릴 도청하고 있으리라.” 어쨌든 한국으로의 전화는 불가능하니 카드전화를 사용하라는 말을 건내고 전화기를 빌려 주었습니다. 한 20여분을 통화한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도 없이 핸드폰을 도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다음날이었습니다. 김여사는 대놓고 저희를 신경써주기 시작했습니다. 공용세탁소에서의 실수로 축축한 세탁물을 말리기 위해 지하실 건조기를 찾아 내려가던 박정민 PD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건조기 쓰지 마세요. 우리도 안 쓰거든요.” 황당한 상황이죠. 김여사는 평강민박의 집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김여사는 저희를 컨트롤해주었습니다. "아, 김여사는 필시 주인아줌마의 친척이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저희와 마찬가리조 방을 빌려 사용하는 여행객이었습니다.

민박집에서의 셋째 날, 1층 방문 앞에는 작은 쪽지가 하나 붙어있었습니다. ‘총각들, 인터넷 모뎀 끄지 말아요. 집안 전체에 피해가 갑니다.-김여사-’ 이제느 저희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됐는지, 그러려니 했습니다.

목요일 아침부터 김여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김여사는 “돈 보내라니까, 왜 안보내, 달러 수수료가 얼만데, 계속 이러면 곤란해. 당신하고 어떻게 일을 해”라는 고성을 수차례 외치다 떠났습니다. 1층의 투숙객 전원을 깨우면서 말이죠. 아직도 김여사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작가인지, 아니면 사업가인지, 이도저도 아니라면 혹시. 아무튼 재밌었던 민박집에서의 한 에피소드를 전해드렸습니다. 아참 12일차 리얼스토리는 일요일 하루 쉬었습니다.

댓글 2

스파이 2010.08.02
ㅎㅎㅎ~ 음~ 잘 활동하고 있군! ㅋㅋ 재미있네요.^^
민박최고야! 2010.10.01
ㅎㅎㅎㅎ 지나가다 민박집 얘기가 있길래 읽어봤어요.. ㅎㅎㅎ 꽤 재밌는 에피소드인데요^^ 저도 뉴욕에서 있을 때 민박에 있었거든요. 전 맨하탄에 있는 밀레니엄하우스인가? 밀리언베이비하우스인가 있었는데 위치도 좋구 타임스퀘어 바로 옆이라서 맨날 놀러가기 무지 편했죠, 쉐어룸이라는거 써서 친구들도 많이 사겼어여 ㅎㅎㅎㅎ 플렉싱은 어딘지 잘 모르겠네요. 맨하탄에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