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균의 미국기행] 합기도 명칭 이대로 좋은가(2부)
그러나 합기도의 경우에는 초기 유입과정에서부터 ‘합기술’,‘야와라(和)’라고 하는 형태로 유입됐다. 물론 다케다소오가쿠(武田?角)를 비롯한 대동류 합기계열의 일본 유술인들 역시 일본무도계의 주류라고 하기에는 많은 허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초기 합기류 무술은 극소수 지도자를 제외하고는 지도자적 교양을 갖춘 이가 드물었다. 이들은 한국 합기도의 사상과 철학을 정립하기에는 너무도 교양적으로 부족했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장을 운영하고 제자를 양성했기 때문에 거시적인 안목에서의 인성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한국합기도의 철학과 사상의 빈곤을 초래하게 되었고, 외적으로는 화려하고 다양한 수련체계가 만들어 졌지만 내적으로는 전혀 성숙되지 않은 외화내빈(外華內貧)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나마 일부 초기 합기도 지도자들은 베트남전쟁을 계기로 앞 다투어 미국행을 택했다. 이들은 나름대로 이국땅에서 많은 고통과 노력으로 한국합기도라는 무술을 심는데 어느 정도 일조를 했다. 그러나 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그 다음세대가 채우기에는 너무도 큰 간극이 존재하게 되었다.
당시에 이 자리를 채운 지도자들은 몇 년 동안 합기도를 수련했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윗세대가 없이 자신들이 중심세대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은 수련기간도 짧았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행정 실무능력이 있던 세대들로서 합기도무술지도자라기 보다는 ‘사무직 합기도인’내지는 ‘양복관장’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즉 도복보다는 잠깐 동안의 도복 생활 후에 양복을 입고 제자들 앞에 나선이가 많았다. 이러한 합기도관련자들이 알량한 행정력으로 많은 단체를 설립하게 되었으며, 합기도 관련 단체가 난립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은 각 지방이나 지역에서 정치적 관심사에 편승하여 온갖 정치모리배와 같이 행동하며 이를 바탕으로 무슨 커다란 뒷 배경이라도 있는 듯한 구역질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는 자신이 운영하는 도장에 협회간판을 내걸고, 자신의 지역 정치인이나 친인척을 자리에 앉혀 조직구성을 하는 단체가 대부분이라는 것은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단체장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최선으로 생각하는 부류이므로 합기도에 대한 진정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러한 합기도인들이 과연 한국합기도를 대표할 수 있으며 한국합기도를 통합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인가!
통합은 협회장이 아닌 명문관의 총관장중심이 돼야
지난 2009년에 세계종합무술대회와 전통무예진흥법에 관련하여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합기류 관련 무술종목의 기초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합기류 관련 무술들의 실상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연구용역을 계기로 한국형 합기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요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중 첫 번째가 현 협회를 중심으로 한 이합집산으로는 절대로 통합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이들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너무도 귀중한 공력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며, 이미 합기도를 자신의 사유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적 소통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평생 도복을 벗지 않으시고 제자를 왕성하게 양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합기도 명문관의 ‘총 관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통합방식을 시도하는 것이다. 합기도인들이라면 이들이 누구인가는 서로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오늘날의 협회장들의 이합집산에 대하여 깊은 공분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이 합기도의 중심이 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새로운 합기도의 통합방식은 그 대상을 현재 협회와 단체장들이 아닌, 전국의 명문관을 이끌고 있는 총 관장 및 지도관장을 중심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이들은 합기도발전을 위해서 평생 도복을 입고 제자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무술의 특성인 사제동행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제자들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이들이 합기도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명칭변경을 통한 통합모델 제시 필요

지난 6월 대전대에서 열린 무카스배 합기도대회 현장 모습
두 번째는 이들을 중심으로 명칭변경을 통한 통합모델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통합모델의 핵심은 한국형 합기도의 경기화(연무방식과 겨루기 방식을 포함)를 모색하는 방법이다. 술기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은 그동안의 시공간적 간극이 너무도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매우 크다. 그러므로 우선 경기화를 통한 통합모델을 제시하고 단별 승단 술기를 제정하자는 것이다.
물론 경기화에 따른 여러 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도스포츠화 과정에서 빚어지는 여러 가지 역기능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무도성의 상실과 이에 따른 무도로서의 가치 상실은 매우 우려할 만한 역기능적 요소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무도의 수련체계에서 마련된 시스템을 통하여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동안 도장내에서 머물러 있던 합기도인들의 의식을 공개적인 대회의 장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생활체육협의회의 합기도대회와 대한합기도 경기연맹, 기도회를 통하여 합기도 경기의 노하우는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른 경기규칙, 심판법, 지도자교육 등은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기도의 경기화에 대한 인식전환이다. 그동안 합기도는 무도이기 때문에 경기화는 절대 안된다라고 하는 무개념의 주장은 이미 뒤떨어진 주장이다. 본래 무도의 개념 안에는 오늘날의 스포츠에서 추구하는 건전한 경쟁관계, 건강성, 구도성(求道性), 호신성 등의 개념이 포함된 포괄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스포츠의 영역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으로서의 무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같은 역기능, 경기화가 합기도수련의 모든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절대로 주의해야할 부작용이다. 어디까지나 합기도의 경기화는 수련과정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열린 의식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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