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무카스 태권 원정대-9] 과식의 딜레마 "먹어, 먹어"

[무카스 태권 원정대-9] 과식의 딜레마 "먹어, 먹어"

9일차 리얼스토리


정말 맛있었던 뉴올리언스의 유명한 도너츠. 하지만 너무 더웠다


독자여러분 혹시 배가 터지는 아픔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희 무카스 태권 원정대가 지난 12일 한국 인천공항을 출발한 직후 먹어치운 햄버거를 대략 추산하면 1인당 12개 정도가 아닐까 짐작합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나타나는 버거킹과 맥도널드의 향연은 마치 이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듯이 저희의 야릇한 식욕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원정대와 느끼함과의 인연은 현재 땔 수 없는 관계가 되었죠. 이런 기름기로 인해 점점 김치가 그리워질 때 즈음, 뉴올리언스에서 감사하면서도 배가 아팠던 호의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목은 ‘폭식 원정대, 느끼함에 울다’입니다.

때는 19일 오후였습니다, 미국 시민들이 평생에 한번 가보고 싶어 한다는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에서였습니다. 무술 역사 연구가 김희영 박사의 제자 데이빗과 그의 부인 페니를 따라 뉴올리언스 관광열차에 올랐습니다. 이기원 사진작가와 저는 약 세 시간 전부터 “배가고프다”며 “I'm hungry”를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페니가 그러더군요. “미스터 리-정, ‘드몽드’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너츠 가게가 있어요.우리 맛보러 가요.” 뭔가 입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이었기에 저희 원정대는 뛸 듯이 반겼습니다.

한 10여 분을 걸었습니다. 이날 엄청난 ‘humid' 수치를 보인 폭염의 뉴올리언스는 저희를 꼬질꼬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더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현지인인 페니 부인의 목에 흐르는 땀아낸 휴지 조각들이 저희와 헤어지기 직전까지 그녀의 목에 붙어있을 정도였다고 할까요. 한 백인 여성의 치장과 꾸밈을 모두 잊게 만들 정도의 폭염이었답니다.


맛있는 코스요리를 이 작가와 박 PD가 맛을 음미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배가 불렀다


원정대가 도착한 도너츠 집의 이름은 ‘드몽드’. 300여명의 사람들이 포장마차에서나 봄직한 조그마한 원형 테이블 주위에 앉아 입 주위에 허연 밀가루 같은 것을 묻히면서 도너츠를 세, 네 개씩 입 속에 넣고 있었습니다. 당시 기온은 우리나라로 ‘40도’였습니다.

원정대 모두는 이 광경을 보자마자, 안색이 변했습니다. 이 작가는 배는 고프지만 ‘이건 아니잖아’라는 듯 한 표정으로, 박정민 PD는 애써 시선을 외면했습니다. 허인욱 전문위원은 냉큼 자리에 앉았습니다. 저도 따라 앉으려고 할 즈음 페니가 “사람들이 많으니 밖에서 먹자”고 하더군요. 자세히 보니, 이건 완전 샛노란 ‘땡볕’이었습니다. 41도의 아프리카에서 뻑뻑한 도너츠를 먹는다고 생각해보세요(웃음). 저희에게는 맛은 없어도 에어콘이 나오는 공간이 절실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원정대는 미리 배가 고파서 ‘더위’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데이빗의 마음인지라 고민할 것도 없이 저희는 하얀 설탕가루에 푹 빠져있던 직경 12cm의 도너츠를 각 2개씩 헤치웠습니다. ‘Large’사이즈의 레모네이드도 함께요. 그런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저희는 웃으면서 농담까지 주고받는 매너를 보이며 데이빗 부부의 호의를 마음으로 또 식욕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더 이상의 영양섭취는 없을 줄 알았던 저희 원정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이번엔 데이빗식의 호의였습니다. “이제 맛을 보았으니,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것이었죠.” 도너츠가 오후 5시, 저녁은 6시 30분 이었습니다. 뭐, 괜찮았습니다. 원정대 역시 미리 계산을 하고 스테이크 한 조각 정도 들어갈 공간은 확보해 놓았으니까요.


이후 저희는 원래 가고자 했던 스테이크 집에는 가지 못한 채 좀 다른 분위기의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아주 시원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등 전체에 착 달라붙어 있던 셔츠와 땀의 유기체도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태양빛에 상기된 얼굴도 진정을 되찾았구요.

자리에 앉자마자 저희는 이구동성으로 촌스럽게 “매운 맛”을 외쳤습니다. 페니가 음식을 하나하나 주문했습니다. 저희 바람대로 아주 붉은 색을 띤 스프가 나왔습니다. 바닥에는 밥이 깔려 있었죠. 제가 먼저 한 입 먹었습니다. 이어 한 명씩 떠먹기 시작했죠. 잘 넘어간다 싶었는데, 박 PD 순서에서 인내심은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도저히 못 먹겠다는 표정을 취한 것입니다. “우와, 우와”라고 경악하면서요. 페니가 걱정스런 얼굴로 “맛이 없나요?”라고 묻자, 중간에 제가 “처음으로 매운 음식이 들어가 놀랐답니다”라고 말하면서 박 PD에게 복화술로 “웃어, 웃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스프와 밥을 한 그릇 먹고나자, 원정대의 위는 포화상태였습니다.

결국 깨끗히 비워낸 원정대의 깊은 마음



식사가 끝난 뒤, 페니에게 말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하지만 페니는 “어, 아직 세 가지 요리가 남았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원정대 모두의 눈이 동그래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원정대가 매운맛을 찾자 페니는 ‘매운 코스요리’를 시켰던 것이죠. 아픔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요. 매운 볶음밥과, 매운 새우튀김, 매운 해산물볶음이 대형 접시에 담겨 연이어 상 위에 놓여졌습니다. 스프로 입맛을 돋우었으니, 메인 요리를 먹으라는 식당측의 감사한 배려였죠.

상황을 파악한 원정대는 평소에는 볼 수 없던 '서로 음식 담아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번 복화술로 “남기면 큰일 난다”, “그만 줘”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견제했죠. 'impossible nothing'이라고 했던가요. 저희 원정대는 볶음밥의 밥알 하나까지도 남김없이 입 속에 넣었습니다. 이 성공은 기본적으로 음식이 정말 맛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23일 현재 저희는 애틀란타 조지아에서 최광도 사범을 만나 신 개념 성인 프로그램을 취재하고,애드워드셀 사범을 만나 미국 최초의 도장 설립 배경 등에 대한 취재를 마쳤습니다. 현재는 필라델피아의 신재철 사범을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장장 13시간 이상이 소요된다고 네비게이션이 말하고 있네요. 지금 보니, ‘300마일 남았다’고 합니다. 이 네비 녀석이 우리의 아픔을 너무 몰라주네요(^^).

댓글 3

익사이팅 2010.07.25
정말 익사이팅한 스토리네요 화이팅원정대
연재는 계속됩니다 2010.07.28
연재는 계속됩니다
아로거 2010.07.28
미국도 날 덥죠? 건강유의해야 합니다. 무카스원정대 너무 고생하네요. 다음 기사도 기대할께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