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 태권 원정대-6] 흑인 경찰에 딱 걸린 스피드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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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리얼스토리

잭슨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경찰차가 취재진의
몇일 지나기는 했지만 강력한 이야기인지라 전해봅니다. 16일 오후, 맴피스에서 잭슨으로 가는 길이었죠. 운전은 제가 맡았습니다. 100마일 정도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로 계산하면 시속 160km의 속도였죠. 당초 16일 오전에 도착하기로 했던 미국타이거락협회 주최의 2010타이거락챔피언십대회에 자칫하면 늦게 도착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죠. 미안한 마음에 엑셀레이터를 연신 밟아 댔습니다.
여기서 잠깐, 저희 취재차량이 다른 주로 한번 움직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하루 8시간 이상입니다. 이 때문에 반드시 ‘1인 2시간 교대 운전’의 원칙을 준수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여하튼 그렇게 해서 제가 운전대를 잡고 연신 ‘스피드 업’ 을 하고 있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찬찬이 당시의 정황을 설명하겠습니다. 뒷좌석 2명은 꿈속을 해매이고 있었고, 옆 좌석의 허인욱 전문위원은 피곤함에 입을 닫았습니다. 저는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죠. 그러기를 약 한 시간여, 마주 오는 차량과의 추돌을 막기 위해 마련된 중앙 분리대 대체 잔디 경계 지역을 지날 때였습니다. 검은색 차량 한 대가 서있더군요. 그냥 쌩하고 내달렸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처음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헷갈려하는 것이 거리를 재는 ‘마일(mile)’과 '온도(화씨)'라고 하죠. 한국에서의 운전 습성 때문이었는지, 매번 계기판의 100마일을 보면서 “100km잖아”라는 한국적인 해석과 “미국이야, 이건 마일이야”라는 현실 분석적 대립이 반복됐습니다. 혼란스러웠죠. 결국은 차라리 “밟자”라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20여분이 지났을까요. 운전 중에 백미러로 아까 그 검은색 차량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차량 위에 번쩍이는 사이렌이 달려 있더군요. 경고음은 없었습니다. “설마, 우리는 아니겠지.” 저는 아니기를 바라며 그 상태로 약 2km를 질주했습니다. 그런데 이 검은색 경찰차가 싸이렌도 울리지 않고 저희 차량의 뒤를 바싹 뒤쫓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차와 취재차량간의 거리가 한 2m 남짓 정도 됐을까요. 경찰의 목표는 저희 원정대였습니다, 문득 ‘총 조심하라’는 미국 내 지인들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갓길에 차를 세웠죠. 양손을 운전대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습니다. “아 어떻게 하지, 위반 티켓을 끊는 건가?” 저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뒤에 박정민 PD가 한 마디 거들더군요. “이거, 차 뺏기는 거 아니예요?” 순간 옆에 표지판을 보니, ‘Limit 60'마일이라고 써있었습니다. 제가 100마일(160km)로 들입다 밟아 댔으니, 전 무려 ‘60km’를 과속한 셈이죠. 위반의 개념이 아니라 경찰서에 끌려갈 상황이었습니다.
차에서 꼼짝하지 않던 저희는 후미의 경찰차를 바라보았습니다. 잠시 뒤, 키가 190cm는 되어 보이고 몸무게는 저의 두 배 정도 되는 흑인 경찰이 나왔습니다. 남자였죠. 그는 잘 걷지 못했습니다. 너무 뚱뚱해서요. 뒤뚱거리면서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저희에게로 걸어오더군요. 가까이 다가와 창문을 내리라는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상상이 되세요, 상황이, 흑곰 한 마리가 저를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어떻게든 해결해야했죠. 그때 갑자기 미국에 오기 전, 저의 동네 형님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걸리면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척 하면서, 소리(sorry)라고만 해.” 옆 좌석의 허 위원과 뒷 좌석의 박 PD, 이기원 사진작가도 이구동성으로 그러더군요. “앞만 보세요. 손 움직이지 말고.” 어디서 다들 들은 것은 있었습니다. 얌체들...
흑인 경찰이 물었습니다. 허리에 찬 총에 손을 댄 채로 이렇게 말했죠. “면허증 주세요.”아주 근엄하고도 무서웠습니다. 그와 저사이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하나, 불쌍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과 한국면허증 세 가지를 보기 좋게 포개어, 그에게 제시했습니다. 경찰관이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름, 국적, 어디를 가는 중인가요? 당신 지금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아는가요?” 너무도 생생히 모든 말들이 또박또박 들리더군요. 하지만 저는 단 한마디도 못알아 듣겠다는 듯이 “어... 어... 소리(sorry), 소리”를 연발했습니다. 그가 한참을 저를 쳐다보더니만, 고개를 갸우뚱하더군요. 그러고는 “천천히 가세요. 또 위반하면 그때는 제재조치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끝까지 어눌한 컨셉을 유지해야했습니다. 그래도 대답은 해야겠기에 “slow? sloe? ok, ok”라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흑인 경찰은 떠났습니다. 그제야 한숨 돌렸습니다.
나중에 잭슨에 도착해 저희 상황을 들은 주위 사람들이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60km’ 이상이라면 무조건 티켓 발부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저희 원정대는 루이지애나 베톤루지에 도착했습니다. 저명한 무술사 연구가이자 세계 태권도계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특히, 미국 태권도 역사에 있어 최고 전문가이이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자료를 소장하고 계신 무술계의 원로이시죠. 그를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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