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무카스 태권 원정대-4] '허-박 라인'의 미국 운전 도전기

[무카스 태권 원정대-4] '허-박 라인'의 미국 운전 도전기

4일차 리얼스토리 공개


지금부터 운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소는 미국이고요. 여정은 아이오와에서 맴피스까지입니다. 출발에 앞서 무카스 태권 원정대 각자의 운전 경력을 소개합니다. 먼저 이기원 사진작가는 운전에 능숙했습니다. 두 번째로 저는 끼어들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한국형 운전자이고요. 총 네 명중에 두 명이 ‘운전이 가능한 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충 제가 어떤 얘기를 할 지 감이 오시죠?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2인 1조로 나누었습니다. 각 조를 리더와 보조운전수로 나눈 것입니다. 전날 업무로 인해 3시간만 자고 일어난 저희 원정대는 14일 아침 6시 15분에 정우진 회장님의 환송을 받으며 아이오와를 출발했습니다. 흑흑, 저 회장님 건강하세요...

처음 운전은 제가 맡았습니다. 55번 국도를 타고 시더래피드를 빠져나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까지 운전을 할 때 즈음 앞이 두 개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교대가 시작됐죠. 교대를 한 이 작가는 화끈하게 55번 국도를 질주했습니다. 약간 겁이 날 정도로요.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아주 순조로운 출발이었죠. 저와 이 작가가 교대로 이 정도의 스피드만 유지한다면 맴피스까지 6시간 정도면 도착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모두들 “미국을 한 바퀴 돌아보는 거야, 그런 거야, 가는 거야!”라고 흥분했습니다. 최신곡이 흘러나오는 신나는 카스테레오의 볼륨을 높였습니다. 차 안은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팀원들로 인해 완전 MT 분위기였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박정민 PD가 맴피스 가는 길에 운전을 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귀국 전까지 렌트카로 미국의 종단과, 횡단을 반복해야 하는 까닭에 저희로서는 초보운전자 박정민, 허인욱을 훈련시켜야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래서 각 조 리더들의 약 두 시간여에 걸친 운전이 끝이 나고, 결국 허인욱 전문위원을 운전석에 앉혔습니다. 거의 반 강압적이었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본인이 “내가 해야지, 알았어 할께”라고는 했지만, 출발부터 기어를 중립에 놓고 엑셀레이터를 밟더군요. “부릉~부릉” 굉장한 공회전 소음을 내면서 말이죠. 그렇게 허인욱의 미국 운전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약 10분여 지났을까요. 허인욱 위원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운전면허 시험에서 바로 불합격처리 된다는 그 유명한 일명 ‘한 손 운전’을 시작한 것입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보조운전석에 앉은 저로서는 운전밸트 착용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죠. 한 손만을 얹은 허 위원은 여유있는 웃음을 띠면서 자신이 왜 39살이 되도록 대중교통을 고집하는지에 대한 비밀을 털어놨습니다. “예전에 내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치었어. 그 이후로 다시는 운전을 할 수 없게 됐지.” 덩달아 저도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그래요,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운전 못한다고 놀리기만 했네요.” 이에 허 위원은 심각하게 말했습니다. “큰 개를 치었어.” 그는 진심이었습니다.

주행은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허 위원의 고속도로 한 손 운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불안했습니다. 보조석의 제가 초조해지기 시작한 것은 왼손과 오른손을 바꿀 때마다 반복되는 자동차의 중심이동이었습니다. 왼손을 잡고 운전을 하면 어김없이 자동차는 오른쪽 중앙분리대(미국의 외곽지역은 분리대보다 가운데 잔디가 있습니다)로 향했습니다. 경고를 하는 듯 찻길 바닥에서 소리가 “드르륵, 드르륵” 울려댔죠. 팀원 모두는 “제발, 양손 운전을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보조석의 저는 “양손으로 해요”라고 수십 번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허 위원의 돌아오는 대답은 “계속 잔소리 하니까. 집중 안돼, 못하겠어, 그만해”라는 말이었죠. 그런 와중에 평균 속도는 110km 정도에서 시속 ‘130km’로 상승중이었습니다. 핸들이 쏠리기라고 한다면 팀원 모두가 구름타고 하늘로 가는 상황이었죠. 결국 허 위원은 교대 직전까지 한 손으로 운전했습니다. 뒷좌석의 교대자들의 눈을 말똥히 뜨게 만들면서 말이죠. 그때부터 공식이 세워졌습니다. ‘허인욱이 운전하면 잠들지마라’.

오후 1시 30분, 취재팀이 만나기로 한 맴피스의 이강희 사범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불안했죠. 운전도, 차도, 마음도요. 취재 시간인 오후 4시가 다가오는데, 아직 절반도 채 못왔으니까요. "계속가고 있습니다"라고만 말했습니다.

허 위원의 카드 대신 교체선수로 박정민 PD를 투입했습니다. 보조석에는 이 작가가 탑승했구요.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조화랍니까. 급출발로 팀원 모두의 목에 큰 충격을 주며 신고식을 치른 박 PD의 행동변화는 이상했습니다. 이건 지구인이 아니었습니다. 화성인라고 할까요.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초장부터 10여초 만에 시속 120km를 끊더군요. 배포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깜빡 속을 뻔했습니다. 이건 담대함이나 용기 차원의 그 무엇이 아니었습니다. 박 PD의 짙은 썬그라스 옆으로 식은땀이 좔좔 흐르고 있었습니다. 콧잔등, 목, 이마 할 것 없이 땀범벅이었습니다. 일단 참고 기다렸습니다. “땀이 마르면 안정을 찾으리라” 생각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박 PD의 땀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 가지 옵션을 추가하더군요.

박PD는 갑자기 입을 닫아버렸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앞만 바라보았습니다. 터널을 지나도 썬그라스를 벗지 않았습니다. 벗으라고 애걸을 해도 듣지 않았습니다. 좌우 백미러를 보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듣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눈이 멀더니 귀까지 멀었네”라는 농을 던지기도 했지만, 꿈쩍도 않았습니다. 출발 전날 급히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 할부로 구입한 검은 렌즈의 썬그라스와 혼연일체가 되어, 돌진했습니다(박PD의 선그라스는 면세점 40%DC 품목이었습니다). “똥파리 같다”, “운전에 방해된다”고 해도 벗지 않았습니다. 마치 검은색으로 도배한 저승사자 같았습니다. 허인욱 카드도, 박정민 카드도 축구로 말하자면 이건 완전 ‘구멍’이었습니다. 여정은 계속됐습니다.

도착 한 시간 전, 운전 시작 90여분 만에 모처럼 백미러를 보던 박PD가 소리쳤습니다. “사고났어요!” 저희를 뒤따라오던 3.5톤짜리 대형 유조차 두 대가 전복되었습니다. 곧 이어 또 한 대의 3.5톤 짜리 화물차가 추돌을 했습니다. 3중 추돌. 한 편의 영화 같았죠. 그제서야 박 PD는 선그라스를 벗었습니다. 동시에 저희의 불안감도 조금 벗겨졌죠.

지금 저희는 앨비스 프레슬리의 스승으로 유명한 맴피스의 이강희 사범을 만났습니다. 평소 언론과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한국의 지인들과도 연락을 안하기로 유명하신 원로이십니다. 현재 무사히 도착해 임무를 완수 중입니다. 원정대 GO, GO, GO!

댓글 3

걱정 2010.07.17
면허들을 가지고 다니는지 원. 암튼 무사히 원정을 마치시길 빕니다.
피자 2010.07.18
글 읽는데 가슴이 철렁하네요 힘내세요~!
배꼽전사들 2010.07.19
웃겨서죽을뻔했습니다책내세요정기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