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무카스 태권 원정대-3] 유언장 쓰고, 죽을 각오해

[무카스 태권 원정대-3] 유언장 쓰고, 죽을 각오해


출발 전 미리 작성한 취재팀의 유언서


전날 32시간의 비행시간에 따른 피로감, 밤과 낮이 뒤바뀌어 머리가 몽롱한 시차 부적응, 여기에 저희를 대공황 상태로 빠지게 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첫 번째 방문지였던 아이오와의 정우진 태권도타임즈 회장이 저희 취재진에게 나눠준 하얀 종이를 한 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종이의 최상단에는 저희를 놀라게 할 소식이 적혀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유언서’라는 굵은 글자가 보였습니다. 멀뚱멀뚱 서로를 바라보던 취재팀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정우진 회장이 “뭣들 해, 빨리 쓰지 않고, 그런 각오로 미국 전역을 취재하겠다고 생각했다면 집에 가!”라는 호통을 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명란에 사인을 했습니다.

걱정은 그 안의 내용이었습니다. 총 세 가지의 YES, NO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첫째, ‘장기는 기부 한다’ ‘나의 조국 한국에 생것을 후송’ ‘나의 조국 한국에 구워서 후송’이라는 문구였죠. 그 다음 줄에는 ‘태권도 종주국과 개척자들과 후학을 위하여 봉사하는 이 몸, 영광스럽고 멋있게 바친다’라고 기재돼 있었습니다. 분위기 살벌하죠? 맨 마지막에는 ‘가족에게 유언서’를 적는 공란도 있었죠. 아 이정도면 전쟁터에 가는 병사 못지않은 상황이죠. 당시의 상황이 상상이 가십니까? 죽을 각오 아니면 취재하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아이오와를 거쳐 미국의 중남부 동남부 동부, 서부를 잇는 과정을 차량으로 이동해야하는 까닭에 고도의 정신집중과 단합이 필요하다는 정우진 회장의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재밌는 건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화장하는 것 보다는 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생각과, 그래도 화장이 낫다는 다소 엉뚱하고도 웃기는 고민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박정민 PD는 "저는 화장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이기원 사진작가는 “저는 장기 기증이 무섭다”고 하고, 허인욱 전문위원은 “그래도 부모님께서 시체는 보셔야한다”며 ‘생것을 후송’에 표시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보지도 않고 무조건 YES에 체크했죠.

이렇게 저희 무카스 태권원정대 4명은 유언서를 작성하고 미국 현지에서의 마지막 세부 일정 조율을 위한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동선과 인터뷰 대상 섭외 등의 중요 업무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음가짐은 완벽하니 이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세부 준비물이 필요했습니다. AVIS라는 미국의 유명 렌트카 회사를 통해 장거리 여행에 용이한 차를 빌렸고, 미국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핸드폰을 구입했습니다. 어디든 갈수 있고, 누구와도 연락을 할 수 있게 된 저희 취재팀의 사기는 아주 충만했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한 무카스 태권원정대는 첫날(14일) 정 회장의 38년된 태권도장을 방문했고, 태권도장과 피트니스센터가 조화를 이룬 첫 복합도장인 월드피트니스센터&정스태권도장을 탐방했습니다. 40년 넘게 소중히 간직하고 계셨던 소장 자료들을 건네받으며, 옛 기억을 더듬으시던 정 회장의 눈시울은 이따금 붉어졌습니다. 이어 정 회장의 태권도 수련과정, 미국 정착기와 태권도 보급 과정, 태권도 발전과 대안 제시 등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 원로의 삶을 가슴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정 회장은 이런 저희를 '무카스 갱단'이라고 애칭하며, 아들처럼 대해주셨습니다(웃음).

무카스 태권원정대는 15일 새벽 5시 맴피스의 이강희 사범을 만나러 출발합니다. 고된 운전과 피로감이 가득하겠지만, 태권도를 위해 평생을 바친 원로, 선배들을 만날 생각에 다시한번 힘을 내봅니다. 독자 여러분 그럼, 맴피스에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GO, GO GO!


지도를 보며 경로를 확인중인 취재팀과 정우진(가운데) 회장

댓글 2

^^ 2010.07.15
수고가 많습니다.
무카스 2010.07.15
욕본다. 무카스. 자랑스럽다 무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