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 태권 원정대-2] 콧수염 친구, 요가 할머니
![[무카스 태권 원정대-2] 콧수염 친구, 요가 할머니](https://mookas.com/webzine_img0/con_img/news_image/hh12312326.jpg)
<13일>미국 특별 취재 데일리 리포트
'32시간’, 이는 무카스 태권 원정대가 첫 방문지인 아이오와 시더래피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12일 오후 5시, 인천공항에서 UNITED AIRLINES 항공을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시카고를 거쳐 아이오와에 가는 과정이었죠. 당초 경유지까지 총 16시간 정도를 예상했지만, 긴급 상황 발생으로 지체됐습니다. 전편을 보셨다면 아시겠죠? 승객 중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었죠. 그래도 첫 인터뷰 대상인 정우진 사범을 만나러 가는 특별취재팀의 걸음은 가벼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일본 나리타로의 급 회항에 따른 기다림과의 전쟁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마치 팀원들 모두 좀비같았다고 할까요? 저희는 나리타에서 4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7시간, 시카고에서 4시간 총 15시간을 엄청난 인터넷 요금을 요구하는 공항에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취재진 모두는 이것도 추억이라며 서로 웃고들 있습니다(ㅋㅋ).

특별취재팀이 탑승한 유나이티드항공
서론이 길었습니다. 1편에서의 기억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금일부터는 본격적인 미국 현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까닭에 더이상 비행 에피소드를 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언론사에서 흔히 말하는대로 다 털어내려합니다. 아주 재밌는 일들이 많아 강도가 약한 것부터 강한 순으로 전부 기재토록 하겠습니다.
여하튼 긴급환자 발생에 따른 승무원들의 응급대처로 인해 저녁식사를 제공 못했으니 ‘특별한 간식’을 주겠다는 기내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물론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샌드위치’가 나왔죠. 두 개의 아주 딱딱한 호밀빵으로 둘러싸인 케찹과 소스의 향연이 어우러진 미국식 '버거'였습니다. 박정민 PD는 받자마자 프라스틱 칼로 교양있게 썰기 시작했습니다. 옆 자리 미국 여성이 먹는 것을 보고 따라한 것이죠.
잠시 뒤, 빵과 빵 사이의 계란과 각종 소스들이 터졌습니다. 샌드위치는 분해됐고 그 파편은 모조리 좌우 승객에게 튀었습니다. 포크까지 부러졌습니다. ‘모자란 동양인 총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려는 찰나였죠. 27살 박 PD는 콧수염까지 있었으니까요, 당시 어떤 분위기였는지 이후에는 독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머리 안깜고 세수 못한 한 중국청년이라고 할까요? 아주 한참을 웃었습니다.
길고 긴 첫 비행이 끝났습니다. 첫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 도착을 20여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세관 신고서 등을 작성하려는데, 동행한 이기원 사진작가가 좌우 눈치를 살피더군요. 얼핏 보니, 성별을 체크하는 란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고민의 대상은 바로‘MALE OR FEMAIL(남자 혹은 여자)’을 선택하라는 ‘질문’ 이었습니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요? 이 작가는 성별 공란에 다음과 같은 아주 커다란 답변을 채워넣었습니다.
‘MAN’이라고요. 동시에 안내방송에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제외한 모든 방문객들은 영문으로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합니다”라는 공지가 흘러나왔습니다. 환승 승객을 비롯한 모두가 철저한 입국심사를 받아야한다는 뜻이었죠. 미국에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입국 심사라는 것이 얼마나 긴장되는지 아시죠? 4명 중 3명의 팀원이 미국 여행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을 전해드리며 대기중이던 팀원들의 초조함을 대신하겠습니다.
하나둘씩 무사히 수속을 마치고 환승을 위해 수화물 수거장소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30여분이 지나도 이 작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현듯 스치고 지나간 생각…, 'MAN’. 설마, 설마 했습니다. 기다렸죠. 그러고 나서 10분여 지났는데 멀리서 이 작가가 오더군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 작가 말이, “어디가냐고 묻길래, 대답은 했습니다. 그런데 제 인상이 안좋았는지 이것 저것 물어보는 바람에 늦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왜 그랬지는 입국심사 직원과 이 작가만이 알테니까요. 독자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더해봅니다. 비행 중에 승무원들이 무카스 다른 팀원에게는 “안녕하세요”라고 하다가도 이 작가만 보면 ‘헬로우’ ‘하와유’라고 했다는 것을요. 참고로 이 작가 역시 박 PD와 마찬가지로 '콧수염'을 기르고 있습니다. 아 참, 이 작가는 '턱수염'도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아이오와로 가는 비행기 탑승 직전에 일어난 일입니다. 14일 오전이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하면 오늘 새벽이 되겠죠. 너무 비행기만 타서 그런지, 제가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시카고행 비행기 탑승 전에 의자를 잡고 열심히 팔굽혀펴기와 스커트를 하고 있었죠. 그런 중에 갑자기 60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한 백인 여성분이 “운동선수인가? 아니면 국가대표인가봐? 나도 운동을 하는데”라고 말을 건냈습니다. 저도 자연스럽게 “아 그러세요, 많이 건강해 보이세요. 운동 열심히 하시죠?”라고 되물었죠. 아주 형식적인 대화였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눈초리 심상치 않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은 “오랜 기간 동안 요가를 수련했다”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후 탑승 대기중이던 모두의 시선을 끌게하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갑자기 할머니께서 바닥에 강아지 자세로 양손을 땅에 짚고 엎드리더니 한 발과 한 손을 앞뒤로 뻗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어 그는 “원, 투, 쓰리” “쓰리, 투, 원, 어게인!”이라는 구호를 귀청이 떨어져라 외쳐댔습니다. 그 이후로도 할머니는 무려 5가지의 요가동작을 땅바닥에서 몸소 시연했습니다. 어마어마한 승객들 앞에서 말이죠. 순간 소화가 안되어서 팔굽혀펴기를 한 저와 요가 할머니는 ‘동급’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치 ‘공항 안 원숭이’처럼 말이죠. 그런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는 압권이었습니다. “제가 일본을 너무 좋아해요. 꼭 다시 갈겁니다.” 저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안고 각자의 좌석에 탑승했습니다. 저희는 한국인이었으니까요(ㅋㅋ).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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