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재 칼럼] 태권도에 인성을 억지로 끼워 넣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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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기 통제력 (sense of self-control)과 긍정적 태도 (positive attitude)는 유해 환경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극복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자신의 의지와 감정을 통제 할 수 있는 능력인 자기 통제력을 강화시키면, 청소년들이 유해한 환경속에서도 밝고 건강하게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가 면역력이 체내에 침투한 병균과 싸워 이김으로서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태권도 수련은 자기 통제력 강화는 물론 옳바른 삶의 자세를 확립 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태권도 수련은 내.외적 환경에 적절히 대처하는 적응력인 사회성 및 도덕성을 길러주는 등 청소년들의 인성교육에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제공한다.
실제로 태권도 도장을 찾는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신체적기술 보다 자신을 통제 조절 할 수 있는 심리적 그리고 정신적인 운동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태권도 지도자들은 단순히 신체 수련 만으로는 인성 교육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심리적 그리고 정신적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충분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정신적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수련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일으켜 자발적 행동을 유발 시키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일선 태권도 도장의 지도 구성과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도장들이 신체활동 그 자체에 크게 치우쳐 있으며 자발적 동기를 유발하기 보다는 타성에 젖어 그저 따라서 하는 수련 방식에 메어 있는 형편이다. 더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최근 일선 태권도 도장 프로그램에 그저 흥미을 유발하기 위한 놀이 문화가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염려와 우려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태권도 지도가 수련생들의 인성을 함양 시키기 위해서는 신체 활동의 단계를 넘어 전통적 동양 무술들이 추구해온 정신성이 더욱 더 강조되어야 한다.
일선 태권도 지도자들은 태권도는 차고 지르고 막는 그 이상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으며 또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수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많이 부족한것 같다.
정신을 수련하기 위해서는 동양 무술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하는 깨달음의 중요성이 지금도 유효하다. 깨달음이란 의식의 변화 즉, 의식의 확장을 의미한다.의식을 확장을 위해서는 태권도를 지도하되 몸과 더불어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이와 같은 태권도 수련은 신체적 기능을 향상 시킴과 동시에 인성 교육으로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태권도 수련이 인성을 형성시킨다고 말할 때, 우리는 인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의와 의미를 알고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성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스포츠 학자들 사이에도 다른 사람이 내린 정의에 쉽게 동의하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Hodge, 1989). Beller와 Stoll(1995)은 인성을 품행(moral character)과 사회성(social character)으로 분류했다. Rudd(1998)는 도덕적 인성을 정직성, 공정성, 책임감 등과 같은 도덕적 가치에 관련된 개인의 행동에 간주한 능력으로, 사회적 인성을 성실성, 협동심, 희생정신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일부 스포츠학자들(Stoll & Beller, 1998; Rudd, 1998)은 사회적 인성을 자기희생, 팀워크, 인내와 같은 사회적 가치라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반 사회현장과 스포츠 현장에서는 정직성과 공정성의 도덕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이 있다. 그 이유는 현대 사회가 팀워크, 충성심, 자기희생, 인내 등을 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중심이 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까지 이와같은 개념들을 태권도와 인성교육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연구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것들이 태권도와 직접 관련된 요인을 측정하는 평가 기준인지 모호한 부분들이 많다.
최근 학술지에 발표된 태권도와 인성에 관련된 연구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태권도 수련 정도와 인성 간에는 서로 긍정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어떤 수련 방법이 어떻게 청소년들의 인성 함양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밝히는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아울러, 태권도 수련 효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방법이 좀더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져야 하겠다.
솔직히 서양 학자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개념화된 인성이라는 정의에 태권도를 억지로 끼워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는다. 이와 같은 방법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는 태권도를 새모꼴 모양에 집어 넣으려는 것과도 같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와 같은 추세에 따라 일선 태권도 도장들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선 태권도 도장 교과과정이 그 인위적 개념의 인성에 맞추기 위한 교육이 되고 있는 면도 있다. 이것들은 결과적으로 전통적 지도 방법을 변질 시키고 만다.
태권도를 무예로서의 본질을 흐리게 하면 안된다. 태권도는 어디까지나 태권도만의 독특함을 유지했을 때, 교육적 가치가 크고 미래도 있다. 도수공방을 기본으로 한 교과과정의 개발과 함께 무술 즉 기술과 그 원리 그리고 규칙을 철학적으로 재해석하여 일상 생활화 할 수 있는 이론 정립이 절실하다 하겠다. 또한 전통적 동양 무예가 추구하는 정신성은 앞에서 살펴 본 인성으로 정의되고 개념화된 그 의미 보다 더욱 깊고 폭넓은 부분이 있다.
우리는 양동이에 강물 전체를 담으려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태권도를 포함한 동양의 전통 무예들은 수 세기를거치면서 문화의 한 장르로서 인간성 함양 교육에 깊은 관계를 맺고 발전되고 있다. 태권도 안에 인성교육은 이미 깊이 뿌리 내리고 자라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양 학자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성이라는 정의에서 우리 태권도가 자유로워져야한다. 이에 합당한 새로운 개념을 체계화시켜 태권도 결과를 측정하고 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일선 태권도 도장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평가방법을 기준으로 삼자는 것은 아니다.
이제 품새, 겨루기, 격파, 호신술 정도의 신체 기량에 대부분 할애하고 있는 것에서 탈피하여, 태권도 수련 결과물인 사람 됨됨이가 어떻게 변하고 발전해 가는지 분석하고 이를 평가 할 수 방법이 시급히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다. 태권도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몸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과 함께 이것들을 글로 쓰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태권도의 본질은 수신(修身)에 있다. ‘몸을 닦는다’는 수신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닦는다는 의미이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몸과 마음을 서양인의 의식과는 달리 서로 구분해서 보지 않았다. 그래서 도는 닦는 방법이고 그 결과에 의해 파생되어진 것을 덕이라고 했다. 이것이 하나가 되어 도덕(道德)이 되었다.
결국 태권도와 인성 관계는 도와 덕의 관계로 귀결되어지고, 태권도로 어떻게 수신하느냐에 덕, 즉 품성 (character)이 형성된다. 동양의 고전 대학(大學)에 나타난 수신은 몸을 갈고 닦는 것으로써, 오랫동안 올바른 인간성을 함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실천적 행동 철학인 태권도의 근본이기도 하다. 태권도는 어떻게 차고 지르고 막는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이 신체 행위가 기술을 가르치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덕을 체화하는 도(道) 즉, 원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것을 깨닫고 배우고 익히는 것이 곧 수신이자 태권도 수련인 것이다. 그래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일은 곧 도덕성을 길러 밝고 바르게 잘 사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결국, 수신을 근본으로 한 태권도 수련은 수련생들로 하여금 유해한 사회 환경의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하고 높은 질의 삶을 누리며 사회에 유익한 인간이 되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 우파니샤드의 말처럼 인성교육은 태권도 수련안에 내재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찾아내 갈고 닦아 더욱 빚나게 해야 한다. 이것은 태권도 학자들은 물론 일선 태권도 지도자들 모두에게 맡겨진 임무이다.
박천재 교수 약력
- 한국 체육대학 졸업 (’82)
- 대한체육회장 비서실 (’86)
- University of Maryland 박사 (’95)
- 세계 태권도 대회 금메달 (’82)
- 국기원 태권도 8단 승단(‘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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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정대길 기자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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