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끝은 어디인가?' 국가대표선발전 3일째 경기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도대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어제(18일) 열린 2001년도 국가대표선발 최종전 셋째 날 경기는 태권도가 얼마나 망가질 수 있나 보여 주기라도 하려는 듯 모든 것이 엉망 그 자체였다.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생들은 경기장을 다시 집단으로 점거해 시위를 벌였으며 대다수의 경기지도자들은 "이게 경기야?"라고 항의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몇몇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불공정한 판정이 억울해서 한 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했고 일부 학부모들은 "심판은 뭐하는 x이냐? 다 없애버려!"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사건은 모두 심판 판정의 불공정성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협회 측의 성의없는 대처라는 두 가지의 문제가 그 근본이었다.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생들은 용인대 김희정과 한체대의 이인종의 경기가 열리던 12시 50분 경 또 다시 경기장에 난입, 점거시위에 들어갔다.
이유는 경기 첫째 날(16일) 용인대 학생들이 집단 점거시위를 벌여 황춘성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으로부터 약속 받은 오판 판정 심판의 처벌과 집행부의 잘못 인정에 대한 공식 발표를 대한태권도협회 측이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16일 당시 황 부회장은 용인대 학생들에게 오판 판정 심판의 처벌과 집행부의 잘못 인정을 17일 오전에 공식발표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단 고비를 넘긴 협회 측은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말을 뒤바꿔 버렸다.
용인대 학생들이 집단 점거시위를 통해 얻어낸 공식발표는 이로 인해 바로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17일 마지막 경기인 용인대 윤현정과 경희대 오정희의 여자부 미들급 결승전에 있었던 말도 안되는 심판판정까지 발생해 협회 측은 또 다시 용인대 학생들에게 집단 점거시위의 명분을 세워줬다.
또 다시 경기장을 점거한 용인대 학생들은 "국가대표선발전 심판 구성의 비리를 해명하라", "심판이 특정 인맥으로 구성된 이유를 해명하라", "특정 팀 죽이기 혹은 살리기인 판정 오더를 내린 책임자를 색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들어갔다.
또한 용인대 학생의 이 같은 행위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모 실업팀 선수는 "정말 잘하는 일"이라며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집단 시위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준비해 온 유인물을 나눠주며 점차 시위의 강도를 높이던 용인대 학생들은 점거시위 3시간여 만인 오후 4시 경 대한태권도협회 집행부로부터 내일(19일) 오전 9시 10분까지 집행부 공개사과와 전무 이사 퇴진 그리고 기술 심의회 임원 전원퇴진 등 요구 사항에 관한 공개적 발표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관람석으로 돌아갔다.
이 후 경기는 일정대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심판 판정에 대한 극도의 불신은 이미 용인대 학생의 것만이 아니었다. 경기마다 팀 감독이나 코치에 의한 크고 작은 항의는 계속되었으며 패배한 몇몇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도 코트를 떠나지 않고 불공정한 판정에 대한 침묵의 항의를 했다. 또한 일부 학부모는 불공정한 판정을 내리는 심판에게 원색적인 욕설을 끊임없이 퍼부었다.
심판판정에 대한 극도의 불신은 이미 선수, 감독·코치, 학생 그리고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져버렸다. 더 이상 믿음이라는 두 글자는 경기장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국가대표선발전 마지막 날인 오늘(19일) 오전 9시 10분까지 대한태권도협회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을 시에는 용인대 학생과 다른 모대학 학생의 합동 집단 점거시위까지도 예상된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것 같은 국가대표선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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