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으로 치달은 국가대표선발전

국가대표선발 최종전 첫 날인 오늘(16일) 태권도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경기 도중 재시합과 공정한 심판을 외치며 경기장으로 난입한 것이다.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생들의 이같은 돌출행동으로 인해 오늘(16일) 경기는 일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경기가 이렇게 파행으로 치닫게 된 이유는 물론 용인대학교 학생들의 경기장 난입 후 집단 점거시위가 결정적인 계기였지만 이에 앞서 불공정한 심판 판정이 그 근본적인 불씨였다.
남자부 웰터급 용인대의 이현수는 두 번째 경기에서 경희대의 오선택에게 패했다. 이후 패자부활전 방식에 따라 패자 조에 속하게 된 이현수는 성균관대의 이남열을 상대로 점수를 주고 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그러던 중 이현수는 8대 7로 뒤진 3회전 상황에서 뒷발 상단돌려차기를 시도, 정확히 이남열의 얼굴을 강타했다. 전광판에도 득점인정을 표시하는 파란 등이 두 개 들어왔다. 하지만 전광판의 7이라는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이현수의 공격이 득점인정 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용인대학교의 류병관 교수이자 감독은 "전광판이 잘못 되었다"고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주심은 "(파란 등이 두 개 들어온 것을) 못 봤다"며 류 교수의 항의를 묵살했다. 이어 류 교수는 경기장에 뛰어들어 "공정한 심판을 하라"고 외치며 다시 한 번 거칠게 항의한 후 소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때 경기를 관람하고 있던 약 250명의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학생들이 우르르 경기장으로 밀고 들어왔다. 학생들은 "심판을 처벌하라", "재시합을 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기가 열리고 있던 두 개의 코트 중 하나를 점거했다.
하지만 대한태권도협회 집행부는 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에게 이렇다 할 답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용인대 이현수의 상대였던 성균관대 이남열을 다음 경기로 진출시켜 삼성에스원의 장순호와 경기를 치르게 해, 사실상 성균관대 이남열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에 격분한 용인대 학생들은 장순호와 이남열의 경기가 열리던 코트마저 장악, 경기가 열리고 있던 국기원을 완전 점거하였다.
"다시 관람석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법적인 조치를 취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대한태권도협회 임원의 위협도 "일단 제자리로 돌아가라"는 진중의와 류병관 등 용인대 교수의 충고도 용인대 학생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더욱이 용인대 학생들은 지난 달 말에 열린 국가대표선발 예선전 남자부 미들급 결승전에서 용인대의 이재영이 이와 꼭 같은 경우를 당해 경기에 패한 적이 있어 심판판정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시위가 시작된 지 3시간 정도가 경과된 4시 33분 경 경기집행부는 비상 회의를 열고 "내일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2001년도 국가대표선발 최종전을 무기한 연기하겠다. 또 이런 시위가 지속되면 용인대 선수들을 선발전에 내보내지 않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용인대 학생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재시합과 관련 심판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의 강도를 높여 나갔다.
결국 집행부는 오후 6시 경 다시 비상 회의를 소집한 후 황춘성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이 "소청 문제를 마무리 짓지 않고 경기를 속행한 집행부의 잘못을 인정한다"며 "경기 속행 이유는 KBS 중계방송 때문이었다"고 재발표했다.
황 부회장은 이어 "경기를 번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판정 문제가) 잘못된 것이 판명나면 관계자를 처벌하겠다"고 용인대 학생들에게 약속하며 "내일 경기는 속행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황 부회장의 발표가 있은 후에야 비로소 용인대 학생들은 시위를 풀고 자진해산했다. 비록 재경기의 요구를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집행부의 사과를 이끌어 낸 용인대 학생들의 판정승으로 이번 사건을 막을 내렸다.
하지만 용인대 태권도학과 윤승훈 학생회장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오늘 집행부가 말한 것을 내일 다시 발표하는지 지켜본 후 향후 조치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말해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음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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