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연재

[강상구의 TNT] 4살 아이부터 43살 아버지까지

[강상구의 TNT] 4살 아이부터 43살 아버지까지

헤이코 가족의 수련기 공개


미국에서 도장을 경영한지 올해로 20년째입니다. 해마다 느끼지만 도장에서 온 가족이 한 데 모여 수련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제가 운영하는 Sang's martial arts TNT라는 작은 공간에서 한 식구가 땀 흘리며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저희 도장에서 수련 중인 한 가족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작년 6월이었습니다. 토요일 오후 한 수련생의 생일파티가 한창 진행 중이었죠. 웃고 떠들며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한 아이가 눈에 띠더군요. 이름은 필립 헤이코(4,남), 너무 밝고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고 있어 “우리 학생인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도장에서의 추억이 깊었던 탓일까요. 필립은 다음날로 도장에 입관했습니다. 보통의 수련생으로 말이죠.

그런데 필립은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였습니다. 표현이 말썽쟁이지 거의 주의력 결핍 수준이었습니다. 대단했죠. 사범 둘이 붙잡아 놓고 가르쳐도 통제가 안 될 정도였으니까요. 필립 때문에 다른 학생들에까지 소홀하게 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더군요. 때마침 그의 어머니 디나 헤이코(35)가 관중석에 앉아있어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디나, 필립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수련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특별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제가 강조했던 ‘업그레이드 클래스’였죠. 디나는 그 자리에서 흔쾌히 저의 제안을 받아 드렸습니다. 연간 2회 1주일에 2회 한화로 700여만 원이 넘는 돈이었죠. 그 후로 철저한 개인 교육이 시작됐습니다. 예의, 자세, 말투, 운동 모든 면에서 저희 도장의 CIT(공인사범)가 전담 교육에 나섰죠. 얼마 지나지 않아 ‘때’를 가릴 줄 아는 학생으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필립의 달라진 모습은 곧장 어머니 디나에게 전해졌습니다. 저를, 사범을 또 도장에 대한 인식을 좋게 인식한 탓이겠죠.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 궁금증이 생겨났습니다. “아들 도장의 교육비로 어떻게 일년에 700만원이 넘는 돈을 쓸 수 있지?” 한동안 이런저런 추측을 해보면서 고민 하던 어느 날, 필립을 데리고 차에서 내리는 디나를 보았습니다. 입이 “쩍”하고 벌어졌죠(웃음). 20만불(한화 2억 3천만원 상당)짜리 롤스로이스사의 수퍼카가 한 대 서 있었습니다. 모든 궁금증이 해소됐죠.


TNT 개인레슨 현장 오른쪽 강상구 관장


만반의 준비를 하고 도장에 들어가 디나를 기다렸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TNT(태권도+타이복싱)를 경험시켜야했죠. 제가 누차 강조했던 개인레슨의 대상이었습니다. 디나가 도장에 들어섰고, 저는 아주 자신감 있게 말했습니다. “디나, 글러브 끼고 TNT 한번 해보세요. 제가 타깃을 잡아드릴께요.” 아주 상큼한 제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거 웬걸요, 디나가 제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더군요. “마스터 생(sang), 저는 개인 퍼스널트레이너가 있어요. 그는 저만을 위해 모든 걸 가르쳐요. 미안해요.”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죠. 때를 기다렸습니다. 약 2주일이 지난 뒤에 디나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었죠. 말미에 디나에게 딱 한번 또 다시 말했습니다. 결과요? 그야 당연히 성공이죠. 연간 7500달러(한화 850만원)에 계약을 했습니다.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시죠. 약 5분 간의 대화를 마무리하는 즈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디나, 수요일 오전 하루만큼은 당신만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개인레슨을 사범들이 담당하는 것을 알고 있는 디나에게는 제가 직접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구미당기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필립과 디나로에게로만 수련 폭을 좁히지 않았습니다. 여세를 몰아 아버지 조 헤이코(43)에게 제안을 해 TNT를 수련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저는 디나에게 “꼭, 남편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부터 워낙 디나에게 뚱뚱한 남편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TNT 대상으로 적격이었기 때문입니다. 300파운드, 한국 몸무게로는 135kg의 거구였습니다.

몇 주간 디나의 끈질긴 설득이 이어졌고, 조 헤이코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보자마자 손을 끌어당기듯이 잡아채서 매트 위로 데려와 15분간 TNT를 했습니다. 바로 현장에서 수련계약을 체결했죠. 이상 헤이코 가족의 TNT 입문기였습니다. 후에 알려진 내용이지만 4살 필립에서부터 디나까지 저희 도장에서 수련하고 있는 까닭에 집에만 가면 아버지 조 앞에서 두 모자가 매일 펀치와 킥 시범을 보였다고 하네요(웃음). 제가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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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스케일... 2010.04.20
스케일이 대단하네요 ^^ 가치를 창조하는 능력을 타고 나셨나 봅니다 많은 이야기 글 써주세요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이야기라 신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