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자호구, 대체 무얼 구입하라는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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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과 대도 일렉트로닉스의 전자호구 공인계약 체결로 전자호구도 본격적인 ‘시장경쟁 체제’로 들어섰다. (WTF-LaJUST)계약서상 ‘WTF가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라저스트(LaJUST) 전자호구를 추천해야'하는 일부 대회를 제외하고는 이제 대도 역시 라저스트와 동등한 지위를 누리게 됐다. WTF의 ‘업체간 경쟁을 통한 복수공인’ 정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WTF는 “라저스트 보다 더 높은 금액의 공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WTF 입장에서는 튼튼한 재정 자립을 위해 더 없이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선택과 구입’을 앞둔 세계 태권도인들이 겪어야 할 혼란에 WTF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편집자주-

3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경기
WTF의 전자호구 정책을 향한 태권도인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전자호구 복수 공인이 ‘선수 경기력’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제는 '어떤 전자호구에 적응했느냐'로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훈련을 통한 경기력이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닌 여러 호구를 구입해 다양한 경험을 한 선수가 승리하는 '기현상'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악순환은 복수의 공인 전자호구가 내외형적인 시스템의 통일을 이룰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우려는 A전자호구 제조업체의 황 모(익명) 대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현재 특정 사의 전자호구 제품에 익숙해진 선수가 다른 업체의 전자호구를 사용해 경기를 치르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동일한 경기에 다 같이 사용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떤 전자호구를 선택, 구입할지의 여부를 이제 태권도인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시기가 왔다. 정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분석하면, WTF가 주창하는 ‘전자호구 업체간 경쟁을 통한 복수공인’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태권도인들의 희생이 따라줘야만 하는 것이다. WTF측은 최근 공인 이후 생겨나고 있는 지적들에 대해 “‘WTF의 딜레마’”라고 말한다. WTF 역시 이런 문제점을 예상했다. “대도와 라저스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분명 이번 대도의 공인으로 선수들이 어떤 전자호구를 사야할지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공인 업체가 두개 사로 늘었으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통일된 시스템으로 맞춰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어찌됐건 태권도인들이 ‘이것도 저것도’ 구입해야만 하는 이중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실례로 B사의 전자호구가 사용된 2009년 덴마크세계태권도선수권 이후 제품 구매 의사를 밝힌 25개국 이상이 C사의 공인 결정 이후 물품 주문을 잠정 중지했다. 한 국가 협회장(익명 요구)은 "어떤 전자호구를 사야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가 체육회에 자금을 지원받는 자국의 협회가 불안한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잘못된 협회 예산 사용으로 문책을 당할 수도 있다. 주문을 할 수 없었다. B사의 제품 구매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국가협회까지 이러하니 실제 전자호구를 착용하는 선수들에게 끼칠 혼란은 자명하다. 국내 모 실업팀 감독 역시 “구매자들(태권도인)이 대체 어느 전자호구를 사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이다.
여기에 WTF가 전자호구 복수공인의 최대 이유로 내세운 ‘가격인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D사의 장 모(익명) 대표는 “각자 다른 복수의 업체들이 공인을 받는 기간에 업체 간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전부 태권도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공인업체가 난무하고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는 상당 시간 동안 ‘소비자가격’은 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WTF가 전자호구 복수 공인을 통해 WTF가 가격부담과 전자호구 성능 향상이라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동안 태권도인들은 여러 제품에 ‘돈’을 뿌려야만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WTF가 공인 업체만을 무작정 늘릴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카스 =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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